전통건축 이야기 - 한옥에 숨어있는 과학 ① 처마 
 

부드럽고, 아름답고, 실용적

누구나 한번쯤 사찰이나 한옥의 처마선-중국의 그것처럼 경망스럽지도 않고, 일본의 그것처럼 답답하지도 않은, 경쾌하면서 유려한-을 보면서, 이런 곡선이 바로 한국미의 정수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한옥의 처마는 앞에서 봤을 때 양쪽 끝이 약간 위로 올라가는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처마 아래에서 지붕을 봤을 때는 건물 중앙보다 귀 부분의 처마 끝이 더 앞쪽으로 튀어나오도록 처리한 ‘안허리곡(曲)’이라는 수법이 함께 사용되어있다.

따라서 처마선은 아래에서 위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입체적인 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는 흙과 기와로 구성돼 엄청난 하중을 갖고 있는 지붕을 가볍게 보이게 하는 효과와 함께 우리 눈의 착시현상으로 자칫 아래로 처져 보일 수 있는 지붕선을 바로잡는 기능도 한다.

이런 처마선을 만드는 일은 지붕의 무게로 선이 틀어지지 않도록 미리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 작업에 속하고 대목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한옥의 깊은 처마는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추위와 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이 여름엔 높게 뜨고 겨울엔 낮게 뜬다. 따라서 깊은 처마가 있으면 여름엔 그늘이 지고 겨울엔 집안까지 햇빛이 들어온다.

한 여름 처마에 의해 그늘이 진 집안은 시원해지고 빛을 받은 마당은 뜨거워져 공기의 대류현상이 생기면서 바람이 불게 된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한옥의 대청마루에 누워있으면 마루바닥의 시원함과 함께 어디선가 솔솔 부는 바람에 달콤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을 알 것이다. 또한 겨울에는 안쪽까지 들어오는 햇빛으로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다가 경사진 처마에 걸려 한동안 머물게 되므로 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도 하게된다.

현대 가옥들은 처마가 얕거나 아예 없어 여름이면 햇빛이 방안까지 들어와 무더워지고 자연적 통풍효과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소비해 가며 따로 냉방을 해야한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공간제약으로 인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이 많아지고 단독주택도 면적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현대 가옥에 깊은 처마를 도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게다가 현행 법규상 일반주택의 경우 처마의 길이가 건축면적에서 제외되려면 1m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전통건축의 장점을 현대에 접목시키는 것은 이래저래 난해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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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 이야기 - 한옥에 숨어있는 과학 ② 구들
한국에는 한국건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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