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 이야기 - 한옥에 숨어있는 과학 ③ 마당 
 
마당에 잔디를 심지 않는 이유


현대건축에 있어서 중정(中庭)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도 중정개념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당의 의미는 전통건축에 있어서의 장소 개념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 터’의 개념뿐 아니라 활동이나 생활을 담는 기능의 의미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옥에 있어 마당은 건축물 자체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주거공간의 일부분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양건축에 있어서의 마당은 정원의 의미가 크다. 따라서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등 조경(造景)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치장을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한옥에 있어 마당은 학교운동장과 같이 흙으로 다져 놓을 뿐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는다. 보통의 마당에는 빗물이 잘 빠지게 하기 위해 물매를 다져놓고 취평(取平 : 땅고름 -집의 마당이나 터전을 깔끔하게 고르는 일로 저절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경사지게 다듬는다)하는 정도이고 좀 더 가꾸게 되면 마당 주변에 괴석 몇 점이나 화초를 약간 심는 것으로 마당 가꾸기를 끝낸다.

마당에 잔디를 깔거나 화초, 나무들을 심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자연과의 조화를 최상의 미로 생각하는 전통적인 조형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조명효과를 들 수 있다. 한옥은 처마가 깊어 처마 아랫부분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낮에 한옥에 들어서면 조명을 밝히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밝다. 마당에 반사된 빛이 처마 아래를 골고루 비춰주기 때문이다. 한옥은 채광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해 문인지 창인지 구별이 힘들 정도로 큰 창을 만들고 문 위에도 광창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마당의 반사광과 창호지를 통해 들어온 간접조명은 눈을 편하게 하며 심성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도 발휘한다.

마당은 여름철 냉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한옥은 배산임수(背山臨水)로 터를 잡는다. 앞마당에 나무나 화초를 심지 않고 뒷마당에 가꿈으로써 햇빛에 달궈진 앞마당의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레 기압차로 인해 뒷마당이나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생기게 되고, 이 바람은 대청마루 뒤에 있는 좁은 창이나 문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빨라져 선풍기 하나 없이도 여름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마당은 필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평소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가 집안의 각종 행사 때는 상황에 맞는 행사장의 역할을 담당해야하고, 농사철에는 그에 맞는 작업장으로도 변신하기도 한다. 때문에 마당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앞마당엔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게 된다.

현대에 와서는 주거공간 자체가 협소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공동주택이 늘어남에 따라 마당을 찾아보기 힘들어지게 됐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거문화 속에서 현대의 마당은 정원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서구식의 조경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시점에서도 마당이 가지는 고유한 역할과 의미는 퇴색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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