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이란 묶음 말이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여진 등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희망을 일군다. 그 간의 복구 활동은 여러 형태로 세상에 소개됐다. 폐허에 가까운 잔해들 속에서 지난날의 흔적을 찾아내거나 다시 삶터를 세우려는, 절망의 순간에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쓴 이들의 이야기에 참혹했던 자연 재해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기자들의 취재기도 여럿 나왔다.
대지진 이후 다시 일어서기 위한 사람들과 가장 밀접하게 움직였던 일본 건축가들의 복구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순회 전시가 열린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최하는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건축전’이 부산 경성대 미술관(17일~26일) 전시에 이어 제주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는다.
6월 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는 지진 이후 일본 건축가들의 대응을 3단계로 나눠 소개한다.
제1단계 ‘긴급대응’은 재난 직후 피해자들이 모여든 대피소에서의 활동이다. 피난민에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골판지로 간이 칸막이를 만드는 ‘골판지 쉘터(고가쿠인 대학)’, 커튼을 이용해 공간을 나누는 ‘커튼 칸막이 프로젝트(안도 요코)’ 등이 일본인 특유의 배려를 읽게 한다.
2단계는 집을 잃은 피해자들의 임시거처인 조립식 가설건축이 주를 이룬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가 설계한 ‘모두의 집(みんなの家)’은 가설주택 주민들에게 모여 앉아 차를 마시는 거실, 작은 공연장, 공동의 텃밭 등을 마련해주는 프로젝트로 눈길을 끈다.
마지막은 피해지역 복구계획이다. 마을 전체를 높은 곳으로 이전하는 ‘유리아게 르네상스 계획(하류 쇼이치)’을 비롯해 전체 50여 개 프로젝트의 설계도면과 사진, 영상 등 약 95점의 자료를 통해 재건 의지를 표출한다. 해외 건축가들의 제안에도 귀를 연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제주에 이어 서울(서울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7월 5일~22일), 여수(여수시민문화회관 기획전시실·8월 6일~12일) 등에서 진행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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