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칸 - 베스엘 회당 
 
‘내부공간성’을 지양하고 일상적인 표정을 연출하며
베스엘 회당 1966~1972

뉴욕의 맨해튼에서부터 허드슨 강을 따라 북쪽으로 약 40km에 위치한 뉴욕주 채퍼커chappaqua. 아름다운 가로수가 이어지는 가로를 가로질러서 조금 내려간 장소에 이 건물은 죽은 듯이 조용하게 서 있다. ‘회당synagogue’은 기독교 교회에 해당하는 유대교의 예배공간이다. 다만, 가톨릭 사제처럼 일반신도와 신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 없이, 회당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점에서 교회와 회당은 크게 다르다. 따라서 특별한 성직자만이 설교를 하거나 예법을 집행하는 행위도 없이 예배는 언제나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원래 회당의 어원은 ‘모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회당은 예배뿐만 아니라 학습과 모임의 장소로도 사용되면서 유대인을 위한 폭넓은 커뮤니티 센터가 된다. 또한 ‘베스엘’이라는 말은 ‘신의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회당은 러시아와 폴란드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몇 천 곳이나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포그룸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말았다. 이 회당도 이렇게 가혹한 시련을 받는 민족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기억 되살리기’의 목적 하에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아마 칸 자신도 감회에 젖어 추진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성된 회당은 이렇게 암울한 역사를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밝은 빛으로 가득하다. 회당을 방문해 보면, 낯선 형상의 건물이 나타난다. 즉 복잡한 모양의 지붕이 씌어진 저층부는 한 면에 창이 여섯 곳이나 뚫려 있고, 자못 로봇 얼굴처럼 보이는 익살스런 표정의 입방체를 둘러싸는 모습이다.

회당은 2층 건물이며, 주출입구는 건물 주변을 감싸는 경사로를 빙빙 돌아서면 나오는 2층 반대쪽에 뚫려있다. 입구와 계단이 있는 독립된 부스booth 모양의 건물을 곧바로 빠져나가면 외부에서 보였던 입방체의 ‘빛의 탑’으로부터 자연광이 내려앉는 큰 보이드 공간의 ‘예배실sanctuary'이 나타난다. 전체 평면은 팔각형을 기본으로 하며, 예배실 주변에는 칸막이로 구획된 교실과 도서관이 배치되며, 큰 모임이 있을 때는 칸막이를 제거하여 최대 750명 정도가 수용될 수 있다. 또한, 제단 뒤쪽으로는 사무실 등의 서번트 스페이스가 있고, 1층 부분에는 사교실과 교실 그리고 넓은 부엌이 배치되어 있다. 1층 부분과 입구동 그리고 빛의 탑을 지지하는 기둥 부분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고 그 나머지 부분은 모두 목조다. 외벽은 착색된 적송이며, 내벽은 깔끔하게 마무리된 소나무로 되어 잇고, 밝게 어우러져 어딘가 모르게 전체적으로 산장풍의 분위기가 난다.

이 건물에서 아주 흥미로운 점은 중심에 비워진 예배실 공간과 가장자리의 교실 사이에 끼어 있는 삼각형의 코너 부분을 칸은 ‘크로이스터(회랑)’라 명명하고, 예배실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명상할 수 있는 장소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공간은 유니테리언 교회에서는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던 ‘엠뷸러토리’의 폼form을 다fms 모습으로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교실이 예배실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 구성도 유니테리언 교회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작품처럼 공간의 엄격함과 고상한 분위기는 이 건물에서 찾아볼 수 없고, 실제로 건물 자체는 어리숙해 보이기도 한다.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창도 거침없이 뚫려지고, 외부를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외부와는 닫힌 상징적인 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의지도 이 건물에서는 말끔히 사라진 것 같다. 오히려 이 건물에서는 그때까지 행해져왔던 것처럼 자연 속에서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러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소박한 즉물성’이야말로 만년에 칸이 도달한 건축관이 실현된 결과이다. 따라서 앞서 서술한 것처럼 “중성적인 존재로서의 건축”이라는 관점과도 바로 이어지는 것이며 건물을 외부로 향해 일상적으로 개방하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잇다.

이 회당은 유대인의 역사라는 중요한 주제를 내포하면서도 이 주제와 칸의 사상적인 도달점이 교차됨으로써 칸의 건축을 이해하는데 열쇠가 되는 작품 중 하나이며, 다음의 예일대학 영국미술센터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

- 본문 중 13. '내부공간성'을 지양하고 일상적인 표정을 연출하며 p134~138



책제목 : 루이스 칸 - 존재의지의 표상과 구축, 세계건축산책 4 | 원제 Louis Kahn (1997)
지은이 : 마쓰쿠마 히로시
옮긴이 : 김인산, 류상보
펴낸곳 : 도서출판 르네상스

[책소개]
세계건축산책 시리즈의 네 번째 권. 루이스 칸 건축에 대한 해설서인 동시에 답사 길잡이 역할을 하는 지침서이다. 칸 건축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던 예일 대학 아트갤러리, '서브드 스페이스/서번트 스페이스'라는 그의 주제가 결실을 맺은 솔크생물학연구소, 고대의 폐허와 같은 건축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투명성을 실현시킨 킴벨미술관 등의 작품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총 14개의 작품을 분석하기 전에 루이스 칸의 탄생과 미국으로 이주한 후 필라델피아에 정착한 후의 삶을 조명했다. 각 작품에 관한 비평은 기존에 나와 있는 루이스 칸 연구서를 참조하여 주요 건축 개념과 중심 주제들을 포착했다. 또한 답사를 통해 각 건물들에서 이 주제들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를 살폈다. 책의 말미에는 각 건물들의 구체적인 약도를 수록하고 찾아가는 길, 답사 가능 여부 등의 여러 정보를 정리했다.

[차례]
'칸의 탄생' 이전
1. 구축의 시작 _ 조용한 혁명 - 예일 대학 아트갤러리
2.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필라델피아 교통 연구
3. 칸 철학의 '원형' 등장 - 유태인 커뮤니키 센터, 바스하우스
4. 구체화된 '구축의 질서' - 펜실베이니아 대학 리처드 의학연구동
5. '빛과 그림자'의 영감과 룸으로서의 '창' - 마가렛 에슈릭 주택
6. '중정'의 발견 - 솔크 생물학연구소
7. '모임'을 표현하고 '켜 구성'을 인식하며 - 제1 유니테리언 교히
8. 마을을 향해 열려 잇는 건물 - 포트웨인 무대예술극장
9. 공간과 형태로 표상된 '공동성' - 브린모어 대학 어드먼홀
10. 공간의 위계성을 벗어나 '병치'로 - 노만 피셔 주택
11. 벽돌과 콘크리트로 된 '고대 폐허의 원초성' - 필립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
12. 구축된 '중성적인 존재로서의 건축' - 킴벨 미술관
13. '내부공간성'을 지양하고 일상적인 표정을 연출하며 - 베스엘 회당
14. 파사드와 내부공간에 조성된 거리 - 예일 대학 영국미술연구센터
칸의 교훈
후기
루이스 칸 약력
답사 길잡이
참고문헌




현장상황이 좋아질수록 야기되는 균열
경성역사(京城驛舍 현 서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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