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의 명건축 24선 
 
01 병산서원 만대루
만대루의 사방으로 활짝 트인 공간은 무한 공간이 되어 답답하게 막아선 병산을 없는 듯 비어 있게 하여 산음(山陰)으로 시야를 맑게 틔운다. 마루와 지붕 사이의 빈 공간을 수평으로 흐르는 낙동강은 천강(天江)이 되어 공중으로 잔잔하게 천지 저 밖으로 아득히 흐른다.

02 담양 면앙정
대사헌을 지낸 송순이 건립한 면양정은 검박한 초당 한칸에서 자연을 품고 즐기면서 ... 마치 우주를 제집처럼 느끼며 청풍과 명월을 들여놓고 사는 신선의 공간으로 지어진 조선 선비의 미학이 구현된 정자건축이다.

03 해인사 장경각
팔만대장경의 법보(法寶)를 봉안한 장경각의 건축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맞배지붕의 건물로서 단청조차 있는 듯 없는 듯한 빈 공간일 뿐이다.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외관의 건축으로 불법을 외호하며 부처님의 법을 만나도록 사람들을 이끈다.

04 여수 전남관
인간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비움으로 영원한 것을 확보한 진남관의 공간은 있음과 없음을 동시적으로 실현해 낸 조형이다. 이곳에서는 신이 우주를 창조해 낸 감동보다 큰 허공으로 지어낸 인간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05 화암사 우화루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누각으로 지어진 우화루에는 건물과 허공이 만나 바람과 먼지가 함께 떠다닌다.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마당에는 빛의 꽃비가 쏟아지며 영겁의 시간으로 인도한다. 건축은 유구한 세월 속에 인간과 함께 존재하며 진실을 이야기한다.

06 부석사 안양루
비례와 형태, 배흘림기둥의 건축으로 아름다운 무량수전과 달리 안양루는 아름답고자하는 의지에서 벗어나 평안과 화평 그 자체로만 있다. 존재를 떠난 본연의 실상으로 선(禪)을 보는 눈으로 보는 듯, 숭고하고 고귀한 천상의 건축이다.

07 수원 화성
화성은 혁명적 열성만으로 지은 막연한 유토피아가 아니며 인문학적, 철학적 바탕의 문화적 이상형의 도시이자 진보적 학자들의 산업진흥론을 받아들여 조선 사회의 사회, 경제적 번영을 선도해 나가려는 의지로 계획된 개혁의 신도시였다.

08 선암사 심검당
일상이 곧 수도인 승려들의 삶을 담는 덤덤한 그릇인 심검당은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음으로써, 그 어떤 의도로부터도 자유롭게 인간을 위하는 삶의 장소이고 예술적 공간이 되었다. 연연하지 않으므로 충만한 삶과 영구성을 획득한 숭고한 공간이다.

09 경복궁 경회루
우주의 원리를 적용하여 지은 경회루는 스스로 조화를 이루는 우주가 되어 다시 우주를 품는 가슴 벅찬 환희의 건축이 되었다. 인간이 조영했으나 아무도 알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신의 건축. 조선의 왕들은 이 천중(天中)의 공간에서 정사를 펼쳐 창성하려 했다.

10 화엄사 각황전
대웅전보다 70년 늦게 세워진 각황전은 규모는 크지만 절제를 통해 대웅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마당 주변의 모든 건물들은 각기 화려하나 조화로서 통합되어 전체와 하나가 다르지 않은 무이(無二)의 법성을 표현한 화엄법계가 되었다.

11 창덕궁 부용정
1칸 크기의 작은 모습의 정자. 부용정은 작은 연못에 어울리면서도 내부에서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향하는 회소향대(回小向大)로 작음에 머물지 않으며. 물 위에 있으면서, 하늘 위에 떠있는 듯한 천상의 누각으로 한국미의 전형을 보여준다.

12 송광사 우화각
우화각은 공간을 점유하는 구조물로서의 존재가 아니다. 깃털처럼 날아오른다는 의미의 이름처럼 한없이 가벼워 하늘로 오르며, 땅으로도 스며들어 중심과 자아를 없애고, 주변과 살아 움직이는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선(禪), 그 자체이다.

13 도산서당과 전교당
도산서원은 경의 철학을 완성하는 천계(天界)이다. 전교당 높다란 대청마루에 앉으면 지붕 위로 무한한 관조의 하늘만이 보여 지며 깨달음의 구도 공간으로 천의를 따라 성학이 완성되는 공간적 상황을 보여준다.

14 법주사 팔상전
법주사 팔상전은 불성의 진리를 추상 정신을 통하여 예술적 아름다움을 지닌 목탑의 건축으로 표현한 무실용의 탑이며, 동시에 깨달음을 향한 실용적 장소로서 인간의 일상과 삶을 포용한다. 이는 무용으로 이룩한 숭고한 실용보다 아름다운 통합체를 만드는 절대 추상이며 건축으로 이루어낸 미의 기적이다.

15 담양 소쇄원
맑고 깨끗한 세상을 염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가 ‘선비’라는 시대의 예술가를 만나 공간으로 실현된 정원이 소쇄원이다. 이곳에서 정쟁의 시류, 현실의 좌절을 자연의 생생한 가치와 미적 세계로 치유하여 새로운 기쁨과 편안함을 얻으며, 그들의 도학적 심성을 일깨우며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하여, 치평의 도를 염원하도록 하는 맑은 선계이다.

16 봉정사 영산암
영산암 내부 좁은 대지 위에 지어진 법당, 송암당, 승방채, 삼성각, 마당, 괴석과 소나무들은 각기 예불, 삶, 장식을 위한 개체공간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서로가 생동하며 연결되는 총체적 그룹과 같다. 시점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화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자기 것으로 만들며 무한 공간과 아름다움의 선(禪)을 체험하게 하는 곳이다.

17 창경궁 숭문당과 문정전 회랑
숭문당, 명정전 앞의 회랑은 스스로 밝은 덕(明德)을 깨닫게 하는 곳이다. 질서 정연한 기둥과 빛들로 구획된 밝은 회랑은 내면의 고요함으로 침잠하여 모든 빛과 소리가 사라진다. 보이지 앟는 빛과 소리의 심미적 깨달음을 위한 자득(自得)의 공간에서 왕도(王道)를 위한 건축적 외경을 본다.

18 통도사 대웅전
통도사 대웅전은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푸른 숲 배경의 석등 위에 연꽃 조각으로 진신사리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건축적 장치를 통해 부처님을 실현하였다. 대웅전의 건축은 인간의 힘으로 이룩한 불성의 실현이며 부처님을 현존하게 하는 종교 건축이 이룩한 최대의 건축적 희열이다.

19 양동마을 심수정
심수정의 방과 마루, 누각의 공간들은 독특하게 구획되었으며, ㄱ자로 꺽여진 대청마루로 인해 전체가 투명한 구조로 연장된다. 공간들은 건축적 사물을 넘어 물과 같이 부드럽고 자연처럼 생생하게 무형으로 실재하는 생명체와 같다. 심수정은 투명한 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20 불국사 범영루
범영루를 중심으로 한 불국사 다섯 누각과 계단은 높이와 형상이 각기 다른 비대칭이지만 모든 시점에서 장대하고 완전한 대칭적 형태를 보게 되는 심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김대성이 이룬 불국토의 참모습은 시간과 공간의 위치에 따라 생명의 원리처럼 변화하는 비례를 완성한 비대칭의 건축 만다라이다.

21 창덕궁 인정전
인정전은 덕(德)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조선 왕조의 예술적 산물로서, 인(仁)이란 ‘덕의 완성’으로 유학의 도이며, 도의 원리가 그러하듯 인정전은 그 아름다움이 올바르다. 스스로 미를 품어내는 건축으로 실현되어 천하를 교화할 수 있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덕을 갖춘 인정전의 미는 진정 고전 예술이 갖는 미덕이다.

22 거조암 영산전
고려시대 건축인 영산전은 지극히 평범하여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무의도와 무작위의 건축이다. 건축이기보다는 선(禪)의 현시이며 애시 당초 아무것도 보이려고 하지 않았던 무(無)의 건축이었던 것처럼, 변해버린 이곳에서 더 이상 말로 전할 수 없는 잃어버린 사찰을 만난다.

23 범어사 불이문길
천왕문에 들어서며 바라보는 불이문을 향한 길은 신비롭게 상승하는 직선의 길이다. 끝없이 상승하는 계단은 불이문과 보제루의 지붕과 맞닿으며, 지붕 위에 하늘이 있어 땅의 계단이 천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곳에서 참배객들은 천상을 향해 오르는 직접적 체험의 기적을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다.

24 종묘 정전
종묘 정전의 넓은 월대의 바닥에 깔린 평범한 돌들은 움직이지 않으나 파도와 같이 끝없이 운동하는 구름의 바다를 실현하여 그 위에 세워진 정전을 천상의 건축으로 느껴지게 하며 하루 종일 밝은 햇빛만이 가득하여 흔적없이 사라지는 밝고 텅빈 명묵(明黙)의 광경(光景)이다.

건네트-건축서적소개
[책제목]
명묵의 건축 - 한국전통의 명건축 24선
[지은이]
김개천 (지은이), 관조 (사진)
[펴낸곳]
(주)안그라픽스

[책소개]
전통문화의 상징인 24채의 옛 집 소개서.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종묘 정전까지 전통 건축세계를 통해 한국 전통미를 돌아보게 된다. 지은이는 전통 건축을 당대 철학, 종교, 건축, 실내디자인이 어우러진 결정체라고 소개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설명과 함께 관조 스님의 사진을 실어 이해를 돕는다.

[차례]
한국미의 원형을 찾아서
천강이 흐르는 예적 질서 _ 병산서원 만대루 '허와 질서'
반칸으로 지은 청풍명월 _ 담양 면앙정 '자연과 건축'
빛을 실현한 바람의 집 _ 해인사 장경각 '완성과 무명'
점으로 이룬 만 칸 허공 _ 여수 진남관 '무와 유'
허공으로 지은 공중누각 _ 화암사 우화루 '시간과 공간'
무량한 천상 건축 _ 부석사 안양루 '변화와 운동'
미적 실용으로 숭고한 화계 _ 수원 화성 '실용과 무용'
비움마저 비운 집 _ 선암사 심검당 '형태와 영원'
인간이 조영한 우주 _ 경복궁 경회루 '미완과 환영'
원융부동의 무량법계 _ 화엄사 각황전 '조화와 통일'
회소향대의 천상누각 _ 창덕궁 부용정 '형상과 크기'
선리로 투관한 교상누각 _ 송광사 우화각 '순응과 역행'
경으로 허명한 천계 _ 도산서당과 전교당 '주관과 객관'
고요한 비춤의 절대 추상 _ 법주사 팔상전 '구상과 추상'
광풍제월의 맑은 선계 _ 담양 소쇄원 '맑음과 통합'
중중무진의 인드라망 _ 봉정사 영산암 '존재와 관계'
빛으로 나눈 빛의 회랑 _ 창경궁 수문당과 문정전 회랑 '주관과 도학'
염화미소의 공간 _ 통도사 대웅전 '상징과 실체'
허에 잠겨 투명한 집 _ 양동마을 심수정 '자율과 생명'
천조로 쌓은 건축 만다라 _ 불국사 범영루 '대칭과 비례'
덕으로 드러난 건축의 도 _ 창덕궁 인정전 '미와 덕'
무무무무 무무무무 _ 거조암 영산전 '무위와 내연'
천지와 맞닿은 적멸법궤 _ 범어사 불이문 '경험과 초월'
중천에서 밝은 구름의 집 _ 종묘 정전 '침묵과 작위'
한국 건축의 공간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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