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집 - 설치미술의 백미 
 
법당에는 이차원적인 장식이 대부분이지만 삼차원적인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닫집이고 닫집에 매달린 장식물들도 마찬가지다. 닫집은 본존불 위에 설치되는 기와집 모양의 시설물로 불단과 함께 부처님의 공간을 숭엄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닫집은 산개형傘蓋形, 보개형寶蓋形, 운궁형雲宮形, 보궁형寶宮形의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보통은 허주虛柱의 형태이나 불전형佛殿形이라하여 불단 위로 가는 기둥을 세워 닫집을 받치기도 한다. 이 중 보궁형 닫집에 화려한 장식이 가해진다.

닫집은 법당이 불·보살이 주재하는 불국정토임을 상징하는 것과 아울러 불단 위의 불·보살을 신비화하고 영성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닫집은 섬세하고 화려한 구조 자체도 훌륭한 장식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용·연꽃·비천·봉황 등 추가 장식물에 의해 장식 효과가 더욱 증대된다.

닫집을 장식하는 장식물 중 가장 많은 것이 용과 구름이다. 용은 한 마리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섯 마리까지 나타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용은 닫집 안에서 구름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면서 영묘靈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용 주변의 구름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로서의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니라 용과 관련된 특별한 상징성을 가진 구름이다. 구름과 용, 즉 운룡에 대한 전통 관념은 당나라의 문인 한유韓愈의 <운룡雲龍을 논한 잡설>에 잘 드러나 있다.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이루매 구름도 역시 영괴한 것이니, 그것은 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구름 스스로가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용은 구름을 타지 않으면 그 영이靈異함을 신묘하게 할 수 없으니, 그 의탁하는 바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용은 자신이 토해 낸 기운으로 구름을 만들고, 그 구름에 의해 더욱 신묘하게 된다. 운룡  장식의 구름은 바로 이러한 의미를 가진 구름인 것이다. 이처럼 운룡으로 닫집을 장식하는 것은 결국 닫집 아래에 있는 불·보살을 영성이 충만한 신비스러운 존재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충만된 닫집을 전등사 대웅보전과 범어사 대웅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등사의 닫집을 보면, 용이 닫집 안에 한 마리, 양쪽 기둥에 각 한 마리씩 모두 3마리가 등장한다. 닫집 안의 용은 와운渦雲, 여의두형 등 모양과 색채가 다양한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용의 코앞에는 서기를 내뿜는 큼직한 여의주가 허공에 떠 있고, 용 양쪽의 봉황은 여의주를 움켜잡은 채 용을 옹위하듯 날고 있다. 고래로 용봉龍鳳은 성군의 위엄과 덕망, 만사에 통달한 현명함에 비유되었고, 용봉의 출현은 또한 최고의 상서를 의미했다. 닫집의 용봉 장식 역시 불·보살의 위덕과 성철聖哲, 그리고 최상의 상서를 나타낸다.

범어사 대웅전 닫집은 전등사의 닫집에 비해 구름이 한층 더 다양하고 현란하다. 와운渦雲, 쌍미운雙眉雲, 비운飛雲 등이 닫집에 그 주변을 떠다니고 있다. 흰 턱수염과 눈썹이 인상적인 용이 구름 속에서 똬리를 튼 채 얼굴을 내밀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닫집 주변에 세 마리의 새가 날갯짓을 하고 있고, 서기 가득한 여의주가 허공을 떠다니고 있다. 초월적인 환상의 세계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닫집의 신비스러움을 배가시키는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비천이다. 비천은 자태가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사찰 장식 문양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비천상은 전각의 대들보나 평방, 부도의 옥개석, 범종 등 평면상에 그려지거나 부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표현상의 제약 때문에 ‘부상浮上하는 존재’인 비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제약이 있다. 그러나 닫집 주변 허공에 매달린 비천상은 비천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천이 아름다운 닫집은 완주 화암사 극락전과 화성 용주사 대웅전에서 만날 수 있다. 화암사 닫집에는 용 한 마리가 닫집 안에서 용트림을 하면서 아래쪽을 주시하고 있고, 그 주변에 한 쌍의 비천이 닫집을 옹위하듯 날고 있다. 부드러운 천의를 입고 상승기류를 타고 허공을 나는 모습이 실로 환상적이다. 이 비천상은 일차적으로 닫집을 꾸미는 구실을 하고 있으나, 그것은 결국 닫집 아래의 불·보살에 대한 찬탄과 환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고성 운흥사 대웅전 닫집은 민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허주虛柱 끝에는 용두와 연꽃이 장식되어 있으며, 기둥 사이에 마련된 장식판에는 꽃·게·거북이·물고기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닫집에 수생 동물을 장식해 놓은 것으로는 운흥사 닫집이 유일하다.

이 밖에 용린龍鱗이 인상적인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닫집, 섬세한 공예미를 자랑하는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 닫집, 구름의 표현이 환상적인 여수 흥국사 대웅전 닫집, 허주의 연꽃과 공포 짜임이 아름다운 논산 쌍계사 대웅전 닫집, 영이한 보주가 날고 있는 용주사 대웅전 닫집, 용봉龍鳳이 일체가 된 환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 각연사 비로전 닫집 등이 있다. 이 닫집들이 우리나라 법당 장식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고 윤택하게 해 주고 있다.

닫집은 섬세하고 화려한 구조 자체만으로도 큰 장식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기에 부속된 장식물에 의해 상징적 의미가 더 깊어지고 장식성이 더욱 높아진다. 닫집의 부속 장식물로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용과 구름이며, 여기에 봉황, 비천 등이 추가된다. 이들은 개별적으로도 훌륭한 목조 공예품으로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불상 장엄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통합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분화와 집중의 원리이다. 이 원리는 또한 사찰 장식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 있다..

본문 중 124쪽~129쪽 닫집 설치미술의 백미


건네트-건축이야기
[책제목]사찰 장식의 善과 美
[지은이]허균
[펴낸곳]다할미디어 http://www.dahal.co.kr



[책소개]
사찰 문양의 상징 의미(善)와 아름다움(美)을 밝힌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사찰 동선의 흐름에 따라 계단, 축대, 불전, 불단, 닫집, 불탑, 부도, 범종 등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와 종류, 미적 특징을 220여 컷의 도판을 곁들여 설명한다. 사찰 문양의 특징들을 알게 됨으로써 불교와 불교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들어가는 글
계단 대칭과 균제의 미
축대 단순미와 순연한 멋
불전 반야용선의 선실
공포 이상화를 위한 끝없는 조형 의지
지붕 신화적 생명력과 장식미
문호 화려한 색채 속의 균제미
기둥 입체 조형의 환상 세계
보·평방·창방 길상과 환상의 조형 세계
천장 화려함 뒤의 적조의 미
허공 환상적인 공간 조형 예술
불단 기괴와 순정의 묘한 결합
닫집 설치미술의 백미
불탑 부처님의 상주처
상륜 숭엄한 아취와 장식미
탑신 소박한 내용, 숭고한 조형 의지
부도 환영幻影 속의 자유로운 조형 감각
탑비 형식적 내용의 감성적 표현
범종 화려함과 농염 속의 정제미
나오는 글

[저자소개]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였고, 우리문화연구원장·문화관광부 문화재전문위원·문화재감정위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을 역임하였다. 2009년 현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양대전 자문위원이자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전통문화에 담긴 의식과 철학을 고찰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독일 푸랑크푸르트 북페어,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선,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한국출판진흥재단 청소년 추천도서),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고궁산책>, <전통문양>, <뜻으로 풀어본 우리 옛 그림>, <선인들이 남겨 놓은 삶의 흔적들-한국인의 미의식>,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제41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출판상), <사료와 함께 새로 보는 경복궁>, <허균의 우리민화 읽기>, <사찰 100美 100選>(제15회 불교언론문화상 출판부문 최우수상), <사찰장식의 善과 美>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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