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피사의 사탑 
 

이탈리아 서북부 피사Pisa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로 아르노Arno 강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바다로부터 12km 떨어져 있다. 이 도시에는 많은 고적지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피사의 사탐Leaning Tower of Pisa을 들 수 있다. 피사의 사탑은 원래 교회당의 종루로 지어진 것이다.

1173년에 시작된 사탑 공사는 높이 58.36m에 무게만 1만 4,453톤이나 나가는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구조는 8층으로 되어 있고 각 층의 바깥쪽에는 복도가 연결되는 형식이었다. 294개의 층계가 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 놓여있는 탑 안의 나선형 계단은 건물 정상까지 이어져 있고, 정상에는 큰 종이 있다. 이 탑이 완공되었을 때인 1350년에는 본체의 중심이 수직 중심선에서 1.4m 벗어나 있었고, 그 후로 매년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 계속 기울어져 지금은 5m가 넘게 벗어난 상태다. 일부 학자들의 예상대로라면 매년 1~2mm씩 기울어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대략 22세기 초가 되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한다.

재앙과 복은 함께 함께 따라다닌다고 했던가? 이런 기울기와 편차가 의외의 이익을 가져왔다. 수많은 관광객이 앞 다투어 이탈리아로 찾아와 오히려 그곳의 주요 건축물을 외면한 채 사탑을 구경한 것이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 피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피사의 사탑이 유명해지면서 몰려온 관광객들은 무엇보다 그 불가사의한 모습에 넋을 잃는다. 저렇게 높은 탑이 기울어져 있으면서도 어떻게 쓰러지지 않을까? 애초에 시공을 잘못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일까? 기술적인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당시 이탈리아 건축사가 높은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탑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무너질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1982년부터 기우는 현상이 사라지고 오히려 반대쪽인 서남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애초에 공사 지역을 잘못 잡았고 기반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울어졌다는 것이 전통적인 주장이다. 건설 초기, 3층까지 지었을 때 남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발견하고 할 수 없이 공사를 중단한 채 보강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어 1272년에 공사를 재개했을 때에는 기울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바닥 층을 기준으로 하여 수지방향으로 건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후에 두 차례의 중단과 재개의 과정을 거쳐 사탑은 1372년에야 최종 완공되었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약 200년 동안 4대에 걸쳐 지은 결과 지금의 기형적인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지게 된 원인에 대해 가장 일반적인 설명이다. 피사의 사탑의 신비가 풀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런 해석에 근거하여 모의실험을 해보았지만, 기울어져 있으나 무너지지 않는 탑을 지을 수는 없었다. 1934년, 피사 시는 90톤의 콘크리트를 사탑의 기반에 쏟아 부었지만 탑이 기울어지는 속도를 가속시키는 결과만 초래했을 뿐이다. 본체가 기우는 원인이 정말 기반에 있었다면 이런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피사의 사탑이 이렇게 기울어진 채 수백 년이 지났어도 무너지지 않는 근본 원인은 지질 문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피사는 먼 옛날의 퇴적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탑 또한 평탄치 않은 작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지하 암반수의 변동이 점토층의 수축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지하의 점토층이 압력을 받으면 그 압력에 따라 수축하기 때문에 건물이 기울어지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피사에는 현재 20여 개의 탑이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조금씩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기울어져 있지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사탑의 밸런스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탑을 이루는 돌들이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탑 전체가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적 건물 가운데 콘크리트 빌딩이 지진이 일어났을 때 부서지지 않고 빌딩 전체로 넘어지는 것과 같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만일 피사의 사탑 일부를 해체할 경우 균열이 생기면서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장기적으로 지하수를 뽑아 올려 지반 침하를 가속화시켰기 때문에 건물이 기울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 초, 한 기술자가 탑이 기우는 이유가 지하수 때문인 것으로 보고 펌프로 탑 지하의 지하수를 뽑아냈는데, 오히려 더 기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피사의 사탑 지하 구조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피사의 사탑은 보다 큰 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분명히 일부 현대 건축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피사의 사탑이 기울게 된 최초의 원인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탑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피사의 사탑이 건립된 이후 매년 1~2mm씩 경사가 진행되어 1350년에는 수직에서 1.4m정도 기울었지만, 1996년에는 수직에서 무려 5.4m나 기울어졌다고 한다. 각도로 따질 경우 2008년, 중심축으로부터 5.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쪽에 가해지는 하중이 주춧돌을 파괴하게 되고 북쪽의 기둥뿌리가 뽑히면서 2150년 이전에 균형을 잃고 탑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주장에 대해 중심선 주위로 흔들림이 있을 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학자들도 있다. 실제로 16세기에 한 건축가가 탑의 기반을 강화한 후, 기울어지는 현상이 100여 년 동안 기적적으로 멈췄고, 그 후로 경사의 속도가 크게 완화되었다. 1934년, 다시 지반에 방수처리를 한 뒤 탑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초조와 불안 속에 1년이 지나자 탑은 다시 원래의 방향을 회복하고 매년 1mm씩 기울기 시작했다. 적당한 조치만 취하면 얼마든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장하는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어떤 것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서 빨리 피사의 사탑의 비밀을 파악하여, 만에 하나라도 사탑이 무너져서 자신들의 자랑이 없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

(본문중 29~35쪽)

[책제목] 발칙한 건축학
[저   자] 왕리 | 왕옌밍 (지은이)
[역   자] 송철규
[발행처] 예문

[책소개]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누가, 왜 지은 것일까? 영국 스톤헨지의 원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피사의 사탑은 왜 쓰러지지 않을까? 그 자체의 구조와 기능 때문에 많은 의문을 낳았고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한 건축물을 탐구한다. 이 책은 위대하고 신비한 고대 건축물 31선을 통해 이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전문적인 자료 분석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수수께끼와 역사적 이야기, 전설에도 중점을 두어 독자들이 관련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다양한 관련 사진들로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전설의 건축물들과 그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통해 새로운 건축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   차]
옮긴이의 말
머리말

PART 01 유럽 Europe
001 사막 한가운데 지은 바빌론의 공중정원
002 바벨탑의 모델이 된 건축물
003 눈물을 흘리는 예루살렘 통곡의 벽
004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피사의 사탑
005 ‘트로이의 목마’의 주인공, 트로이성의 비밀
006 1900년 전 도시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박물관’ 폼페이성
007 파르테논 신전이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
008 튀어나온 바위에 마을과 교회를 만든 카파도키아의 바위동굴
009 황금으로 넘치는 도시, 미케네의 몰락
010 공중에 걸쳐 있는 돌, 스톤헨지의 정체
011 유령과 사연으로 가득한 영국의 런던탑

PART 02 아메리카, 아프리카 America, Africa
012 마추픽추에서 발견한 잉카인의 석재 가공법
013 안데스 고원의 ‘태양의 문’이 가진 비밀
014 아메리카 피라미드 vs. 이집트 피라미드
015 2명의 카우보이가 찾아낸 메사 협곡의 절벽 궁전
016 120년간 바위를 뚫어 만든 랄리벨라 교회당
017 마야문명이 꽃피운 아름다운 티칼 신전

PART 03 아시아 Asia
018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현공사의 건축비밀
019 500년을 버텨온 시밤의 진흙 건물
020 조조는 왜 자신의 묘를 72개나 세웠을까
021 불교의 성지, 녹야원에 무성하게 피어난 건축물
022 산이 곧 부처인 세계 최대의 석조 불상, 러산대불
023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 아니다?
024 나일강변을 지키는 스핑크스는 누가 만들었는가
025 요르단의 신비, 페트라성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
026 전설의 아방궁 화재와 항우의 관계
027 앙코르와트는 사원이 아니다?
028 사막에 세워진 불교예술의 절정, 모가오동굴
029 누란 왕국의 성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종사건
030 잃어버린 오랑캐 왕의 보물왕릉
031 애잔한 번영의 기억, 서하왕릉




경동교회 이야기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 아인슈타인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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