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교회 이야기 
 
경동교회의 현재 건물은 1981년에 준공된 것인데, 한국 현대 건축가 가운데 손꼽히는 인물인 김수근의 작품이다. 물론 그의 작품이라고 하려면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거기에는 교회를 대표하여 건물의 이모저모를 주문한 강원용 명예목사의 안목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은 분명 건축가의 몫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입구부터가 색다르다. 큰 도로와 붙어 있는 건물의 출입구는 보통 도로 쪽에 있게 마련인데, 이 건물은 도로 반대쪽에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긴 오름 계단이 있다. 세속과 거리를 뜻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예수가 십자가를 매고 고난을 당한 그 언덕길을 상징한다고 보는 쪽이 더 그럴 듯하다. 교회 건물의 주된 용도는 예배이다. 초월적인 존재와 만나기 위한 준비가 이 계단에서 이미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건물의 외관은 마치 기도하는 손을 연상시키고, 그 마감 재료가 흙을 빚어 구운 크고 작은 모양의 벽돌로서 “인내를 통한 연단”(鍊鍛)(로마5:4)을 떠올리게 하듯이, 이 계단 또한 경동교회를 대표하는 특징들 가운데 하나로 꼽힐만하다. 교회를 향해 오른쪽 벽면에는 ‘구원과 사랑’이라는 모자이크 작품들이 새겨져 있다. 오경환이 만든 작품들로서 무엇보다 수난주간에 걸리곤 하는 복제 성화들과 잘 어울린다.

“진보적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는 신앙 노선과 일치하는 듯한 이 길을 뒤로 하고 본당에 들어서면, 우선 앞면에 설치된 거대한 십자가가 눈에 띈다. 교회 안에 십자가가 있는 풍경은 당연하지만, 이 십자가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그 크기뿐 만아니라 그것을 비추는 광선 때문이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과 뒤쪽에 설치된 인공조명이 어울려 이 건물이 수난당한 예수, 그러나 그의 형상이 없는 상태로써 상징되는 부활한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고백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수직선을 대표하는 이 십자가와 수평선을 대표하는 천장의 콘크리트 대들보가 잘 어우러져 있다. 그 십자가를 받쳐주는 흰색 벽면은 그 밖의 모든 벽면이 노출 콘크리트 벽면인 까닭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마치 로마의 지하묘지교회를 닮은 어두운 실내공간의 전체 크기에 견주면 설교대가 있는 앞쪽 공간은 약간 좁아 보인다. 거기에는 중앙제단과 설교단, 그리고 성찬대가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경동교회는 일반 개신교회들과 견주어 성찬식을 비교적 자주하는 편이다.


<책 본문 130~133쪽 경동교회 이야기 중에서>

[책제목]서울에서 가장 거룩한 곳
[지은이]김문환
[펴낸곳](주)지식산업사

[차례]
1부 동양
길상사 이야기
천도교 중앙대교당 이야기
원불교 강남교당 이야기
유학의 요람, 대성전 이야기
2부 서양
절두산 순교성지 이야기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이야기
경동교회 이야기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 이야기
한국 정교회 이야기
서울 이슬람성원 이야기
부록
거주와 건축의 인문학적 의의




건축, 그리고 음악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피사의 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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