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그리고 상상하기 
 
도시가 걸어 다니는 상상을 해보았는가? 한 건축가는 걸어 다니는 도시를 상상하기도 하였다. <워킹시티walking city>는 1964년에 건축가 론 헤론Ron Heron이 발표한 작품이다. 이러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키그램Archigram이라는 영국의 실험적인 건축 그룹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1960~1970년대의 자유분방한 예술과 문화, 과학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 시대는 비틀즈가 대중음악계의 신화를 창조하고, 자유와 평등, 해방을 찬미하는 히피 문화가 유행했으며, 달 탐험 등의 우주 계획이 활발히 전개된 때였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가 아키그램의 상상을 부추긴 것이 사실이다. <워킹시티>는 건축의 움직임과 이동 등에 대한 아키그램의 다양한 실험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시도였다.

이 아이디어는 프래그멘테이션Fragmentation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자동차 등 조립 가능한 제품과 같이, 생산하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분해와 구축이 가능한 건물을 일컫는다. 도시의 모든 요소는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지거나, 현장에서 재빨리 구축할 수 있는 모듈Module 형식으로 제작되는 방식을 띤다. 이러한 개념은 기존의 건축과 도시가 가지고 있던 형태와 장소의 제한으로부터, 비록 기계적인 힘을 빌리기는 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같은 건물에 벌레처럼 다리가 달려서 뉴욕의 마천루를 활보하는 모습을. 론 헤론이 상상한 거대한 벌레와도 같은 도시의 모습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워킹시티>는 후대에 하이테크High-Tech라고 불리는 건축 경향과 그 밖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건축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부숴버리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아키그램은 레고 블록같이 유닛unit들을 끼워서 도시를 구축하는 <플러그 인 시티plug-in-city>, <캡슐주택Capsule House> 등을 통해, 건축에 대한 과학과 기술의 적용을 매우 낙천적이고 즐거운 상상으로 마음껏 표현하였다.

이러한 <워킹시티>에 대한 상상은 앞서 소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다시 다가온다. 건축적 상상은 문학과 예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당연히 문학이나 다른 예술 분야의 상상은 건축에 소중한 자원이 된다. 건축의 발칙한 상상의 자원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과학과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 ‘앵커리’에 살고 있는 소녀 소피와, 신비한 꿈속의 왕자님 같은 하울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움직이는 하울의 성은 주인공 하울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아름다운 과거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아 헤매며 복잡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마법의 성, 사람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 성은 네 개의 다리로 걷는 기괴한 생물과도 같은 모습이다.

하울의 성은 론 헤론의 <워킹시티>처럼 걸어 다니며 움직이는데, 그 내부 공간 역시 신기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매트릭스>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성의 문고리를 돌릴 때마다 다른 곳으로 연결된 장소가 나타난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마을, 도시와 연결되기도 하고, 황무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별똥별이 떨어지던 하울의 추억의 들판과 연결되기도 한다. 새로운 공간과의 만남을 중재하는 이 성의 상상은 참 많은 공간적 가치를 지닌다. 그리움과 희망은 물론, 어릴 적엔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세상과의 힘겨운 싸움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키그램과 론 헤론의 <워킹시티>가 기술에 대한 낙천적 희망으로 우리의 미래를 투사해 보여주는 반면, 하울의 성은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이 생명체로서 우리의 사랑과 그리움의 결정적 공간을 제시한다. 또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상상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작품을 통해 재미있는 건축적 상상과 함께, 우리 인간의 성찰,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건축, 그리고 상상하기 중에서>


[책제목] : 건축 콘서트 -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
[지은이] : 이영수 외 12명 지음
[발행처] : 효형출판
[발행일] : 2010-10-25
  
[목   차]
책을 내며_ 즐거운 건축콘서트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건축가란?_ 건축가, 땅 사람 집의 이야기를 듣다_ 노은주
01_ 상상하라, 끝도 없이!
건축, 그리고 상상하기_ 박영태
유쾌한 딴지걸기_ 이종환
02_ 건축, 공간의 탄생
공간의 탐독_ 유명희
사람을 만드는 공간, 사람이 만드는 공간_ 김수진
03_ 건축, 빛과 색의 예술
말랑말랑한 빛, 끈적끈적한 색_ 김선영
마음을 움직이는 색_ 이선민
04_ 건축의 오늘, 생태냐 욕망이냐
포스트모던 사회와 세상의 소통방식_ 임기택
자연을 품은 건축과 공간_ 이윤희
05_ 건축, 미래를 향하다
건축과 대화하기_ 김정신
건축과 디지털 기술_ 권영석
건축이란?_ 건축, 예술 그리고 문화_ 장정제
더 읽어볼 만한 책

[출판사 제공 책소개]

오늘의 건축 현장 5막 12장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로 공연은 시작된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땅과 삶과 집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해온 세계 역사 속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국 현대건축사의 장면들이 소개된다. 다음은 상상력과 건축. 건축가는 어떤 상상을 하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또 건축에 대한 상상력은 계발 가능한지 짚어본다. 이어서 공간과 건축의 관계를 다룬다. 건축이 다른 예술 장르와 구별되는 결정적 요인은, 인간을 척도로 하는 공간을 다룬다는 점. 이러한 공간이 건축을 통해 어떻게 창조되고 또 변신하는지 들려준다. 시각적 요소가 건축과 어우러져 자아내는 하모니에도 주목한다. 빛과 색의 예술로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로, 건축에 도입된 색과 빛의 기획이 공간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색채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공간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답해준다.
한편 《건축 콘서트》는 오늘의 건축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리포터를 자임한다. 오늘의 건축을 구석구석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몸담은 세계의 시공간이 어떻게 조직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먼저 건축이 현대사회와 관계 맺는 두 가지 전혀 다른 방향을 조망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로써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건축이 어떻게 반영하고 활용하는지 확인하는 한편, 현대사회가 나은 환경 위기를 건축이 어떻게 반성하고 극복하고 치유하는지 살펴본다. 첨단기술로 구축해가는 건축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건축이 사람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목격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상을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건축이 인류의 문화 형성에 미친 영향과 그 속에서 형성된 건축과 예술의 관계 맺음을 되짚어보며 막을 내린다.




자크 에르조와 피에르 드 무롱
건축, 그리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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