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조건축의 특성

한국목조건축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건축의 주인공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여 왔기에 한국목조건축의 특성은 바로 한국건축의 특성인 것이다.

한국의 목조건축은, 동양삼국이 같은 목조가구식 건축이 큰 비중을 차지하여 왔고, 또 서로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함으로서 유사한 점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구성양식 등 많은 요소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형성하고, 이것은 결국 목조건축의 공간으로부터 형성되는 공간정서의 차이를 가져왔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건축이 척도에서 장대하여 웅장한 멋을 내고, 일본의 건축이 너무나 기계적이고 날카로운 맛을 낸다면, 한국의 건축은 중용적인 입장에서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맛을 내고 있다.

이것은 지리적 환경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광활한 대륙에 기반을 둔 건축이었고, 일본은 자신들로서 마지막 마무리를 다하여야 하는 섬나라의 환경을 가지며, 한국은 반도국으로서 항상 받아들이고 또 전하여 주는 중간적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지질학적으로 노년기 지모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완만한 곡선으로 된 산정봉이 많고 작은 구릉이 기복한 준평원으로 되어, 여기에 건축할 건축물의 높이가 높거나 볼륨이 장대하면 주위 환경과 조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배경으로서의 산과 작은 구릉에 선 건축의 관계는 중용적이고, 인간적인 척도의 건축을 이루게 하였으며, 이에 음양오행론이 한 몫을 더 하였던 것이다.

고려사(高麗史)의 관후서에서 상서한 것을 보면 다산(多山)은 양이요, 희산(稀山)은 음이며, 고루(高樓)는 양이고, 평옥(平屋)은 음인데,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다산이므로 양인 고루를 지으면 상극이 되고, 음인 평옥을 지어야 조화된다고 하였으니, 바로 이러한 음양오행사상의 영향이 중용적인, 인간적 척도의 목조건축을 이루게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도처에 원정봉의 산과 구릉이 많은 자연환경은 한국건축의 독특한 형태구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즉, 지붕의 용마루선은 용마루 양끝이 들리고 중앙이 휘어져 유연한 곡선을 이루며, 처마선은 수직면상으로는 휘어진 부재인 조로를 두고, 수평면상으로는 네 개의 추녀로부터 안으로 휘어져 들어오게 하는 후림을 두어, 용마루선과 조화되면서 육중한 지붕면을 경쾌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유연한 곡선들은 바로 일정한 길이의 실, 양끝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하였다가, 양끝을 안쪽으로 들여 밀면 실의 자체 무게에 의하여 늘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곡선인, 가장 자연스러운 현수선인 것이다.

또, 이들 용마루선, 처마선들이 현수선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귓기둥인 우주(隅柱 )상부를 안으로 쏠리게 하는 안쏠림과 정면의 보통기둥인 평주(平柱)보다 높게 하는 귀솟음을 둔다. 이는 귀공포가 밖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면서도 우주들이 수직으로 섰을 때 우주들이 밖으로 기눙 것처럼 보이고, 또 용마루와 처마가 직선일 때 쳐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적극적으로 교정하여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단의 상면 중앙부는 반대로 불룩하게 하여, 기단상면이 움푹하게 파이게 보이는 착시를 미리 방지함으로써 주변과 조화되게 한다.

한국건축에 있어서 유연한 선의 구성은 건축의장상 선적인 구성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즉, 한국건축은 선적인 구성을 하고 있으니, 기단이 형성하는 수평선과 기둥들이 형성하는 수직선, 그리고 다시 유연한 처마선과 용마루선, 이들은 서로 대립되면서 조화되고, 나아가 세부적으로 형성되는 지붕기왓골이 이루는 많은 선들과 창호의 살짜임새가 이루는 선, 그리고 목재가 가지는 섬세한 나뭇결들과 조화됨으로써 통일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목조건축들도 선적인 구성을 한다. 그러나 중국의 기둥들은 대부분 목재면을 마포직으로 싸고 그 위에 회반죽으로 바름으로써 우리의 목조기둥이 가지는 맛과 다르며, 또 중국과 일본의 창호들은 창호지를 창호의 밖에 바르기 때문에 입면상으로 면적인 구성을 함으로써 한국목조건축의 창호 살짜임새의 선적 구성과는 다른 것이다.

한국건축은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한다. 이는 무더운 여름날과 추운 겨울철에 대비하여, 일찍부터 마루와 온돌이라는 두 개의 바닥구조를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마루바닥은 개방성을 요구하고, 온돌바닥은 폐쇄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목조건축의 축부를 형성하는 주된 요소는 창호들이며, 이들 창호들은 손쉽게 개방성과 폐쇄성을 이루게 한다. 더욱이 창호들을 접어 들쇠에 매다는 들어열개의 개폐법은 손쉽게 내부공간에 개방성을 준다. 특히 주택건축이나 궁궐침전에서는 창호들이 덫창, 쌍창, 갑창으로 구성되고, 여기에 몰면자와 병풍이 더해짐으로써 개방적인 창호들이 곧 폐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건축이 서양건축과 다른 커다란 특징은 지붕면이 정면이 되고 박공면이 측면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건축에서는 박공면이 정면이 되어, 예컨대 신전이나 교회당 건축에서는 박공면으로부터 실내에 들어 갈 때 상당한 공간의 깊이를 느끼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즉, 한국건축은 건물자체, 즉 채(棟)만으로써는 공간의 깊이를 깊게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즉 채와 채, 그리고 이들 채들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마당들이 구성하는 외부공간의 구성에서 다양한 공간의 변화와 공간의 깊이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목조건축은 많은 채와 간(間)의 분화에 특성이 있다. 즉, 많은 채와 채들이 크고 작은 마당들을 두면서 외부공간을 형성하고, 각 채들 자체는 다시 여러 개의 간으로 분화되어 변화한다. 이 외부공간의 구성에는 작은 여러 개의 대문들과 담장들이 건축되므로 공간의 주체가 되는 몸채에 이르기 까지는 공간의 연속성을 느끼며 공간정서의 변화와 공간의 깊이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건축의 성격은 공간의 연속성과 공간정서의 변화와 통일성을 이룬다.

예컨대 사찰의 경내에 진입할 때 일주문을 지나 다시 천왕문을 통과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공간의 맛을 느끼고, 다시 넓은 마당에서 앞에 우뚝 선 누의 밑으로 난 좁은 공간을 감지하게 되며, 이 좁은 공간을 지나면 넓은 대웅전 마당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은 공간과 공간 가운데로 이동하며 변화가 있으면서 통일성있는 공간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때 공간의 변화는 공간의 크기, 트인 공간과 막힌 공간의 변화에서, 그리고 통일성은 같은 재료, 같은 구조 양식으로부터 이루어진다.

또한 한국건축은 공간의 위계성을 가지고 있다. 작은 구릉이 기복한 준평원에 자리잡은 한국건축은 우선 마당과 마당들이 서로 높낮이가 다른 단을 형성하며, 여기에 다시 주와 종의 관계로 기단의 고저 차이를 이루게 된다.

설사 통도사처럼 거의 평지에 건축된 사찰에 있어서도 바닥의 위계나 건축기단 자체의 위계를 느낄 수 있어 공간의 위게성은 한국건축의 성격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한국의 목조건축은 일찍부터 좌우대칭균형의 배치체계와 비좌우대칭균형의 배치체계를 모두 이루어 왔다. 고구려의 금강사지나, 백제의 정림사지가 좌우대칭의 배치이고, 고구려의 안학궁지나 정릉사지 등이 비좌우대칭의 배치이다.

그러나 자연의 지세에 조화시키려는 한국인의 의식에 따라 비좌우대칭균형의 배치체계가 으뜸이 되었다. 에컨대 불국사의 경우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석탑을 배치, 언뜻 좌우대칭으로 볼 수 있으나 전체적 배치를 보면 비좌우대칭임을 알 수 있고, 고려의 궁궐인 만월대에서도 각 건물의 중심축은 서로 비켜 가며,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에 있어서는 정전영역은 좌우대칭균형이나, 전체적으로는 비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음, 한국건축은 적극적 공간과 소극적 공간의 교차 반복을 이루고 있다. 한 채, 한 채는 바로 적극적 공간이고 이를 둘러싼 공간은 소극적 공간이다. 여기에 다시 담장을 건축하여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을 이룸으로써 이들은 다시 적극적 공간이 되고, 이 주위는 소극적 공간이 된다. 이처럼 적극적 공간과 소극적 공간은 교차 반복되면서 큰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 성격을 동양사상의 음양론에 적용시킬 수도 있다. 즉, 한 채는 빈 공간인 음을 벽체와 창호, 바닥과 지붕으로서 양이 되게 하고, 이를 다시 둘러싼 공간은 음으로서 상보(相補)한다. 그리고 다시 여러 채와 마당들을 둘러싼 담장으로 더욱 큰 양이 되고, 그 밖을 경계가 없는 자연의 공간인 음이 감싸 주게 되어, 결국 음양의 교차 반복을 이루게 되어 상보하는 것이다.

또, 한국건축 공간은 공간의 상호 침투성이 있다. 작게는 담장에 살창을 설치하여 이 마당이 이루는 공간과 저 마당이 이루는 공간을 상호 침투시키며, 크게는 한 채 한 채가 놓이는 바닥의 위계성과 기단의 고저차, 들어열개로 된 정면 창호의 개방성으로, 곧 서로 다른 공간과 융합된다. 그리고 이것은 곧 한국건축의 자연과의 융합성을 이루게 한다.

한국의 건축은 자영과 융합하려 한다. 작은 냇물이 흐르고 완만한 작은 구릉이 있으면 작은 마을이 형성되고, 큰 들이 있으면 큰 마을을 형성하면서 자연과 조화되려고 한다.

같은 목조건축이면서 일본은 목재를 정확한 척도로 제재하여 건축하나 한국은 휜재는 휜 대로 적당히 맞추어 쓴다.
예컨대, 휜재를 대들보로 쓸 때에는 응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대공이 놓이는 자리에 휜재의 휜 꼭지점이 오도록 하며, 문지방으로 쓸 때에는 휜 꼭지점이 아래로 처지게 하여 자연스럽게 보이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되게 한다. 또 삼국시대에는 정교하던 초석이나 기단들이 조선시대에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고, 기둥을 밑면을 그랭이질하여 막생긴 초석의 울퉁불퉁한 면에 맞도록 한 것이나, 수직구조재이면서 의장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둥을 자연상태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세운 것은 바로 한국건축이 자연과의 조화를 으뜸으로 하였음을 말해 준다.

그리하여, 한국건축에 꾸미는 가운데 꾸미지 않은 듯이 보이게 하는 소박한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성격은 특히 한국의 외부공간에서 잘 나타난다. 사계가 분명한 한국의 풍토는 정원의 식생에 있어 결코 늘 푸른나무를 심지 않고 봄이면 움트고 여름이면 무성하여 가을이면 단풍들고 겨울이면 힘찬 가지에 하얀 눈꽃이 피는 활엽수들을 주종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마당에는 잔디를 깔지 않고 처마에는 막새기와로 처리하여 낙수의 여음이 내부공간에 투영되게 하며, 뜰의 바람소리, 새소리, 앞 냇가의 물소리를 모두 내부공간에 끌어 들인다. 이것은 한국창호의 창호지, 그리고 들어열개로 된 개폐법과도 깊은 관계를 가진다.

즉, 기단으로 대지와 분리된 듯했던 내부공간은 접어들쇠에 매단 창호로써 곧 외부공간과 합일되며, 반투명의 창호지로 자연음의 여과음을 내부공간에 끌어들임으로써 종국에는 자연과 조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순리대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과 어울리게 건축하려고 하는 것이 한국목조건축, 나아가 한국건축의 큰 특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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